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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력형 천재 최민정, 괴물 같은 '아웃파이터'

최민정(24·성남시청)은 '아웃파이터'다. 경기 중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지 않는다. 대신 아웃코스 추월을 선호한다. 아웃코스는 인코스보다 충돌 위험이 적다. 하지만 아무나 활용할 수 없다. 쇼트트랙은 112.12m 트랙 주로 중 48%인 53.81m가 곡선으로 이뤄진다. 아웃코스에선 인코스보다 더 강한 원심력을 견뎌야 한다. 몸이 버티질 못하면 펜스 쪽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. 그러나 최민정은 다르다. 그의 전매 특허 기술이 발휘된 건 지난 16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준결승이었다. 최민정은 경기 중반까지 6위로 처졌다. '네덜란드 신성' 산드라 벨제부르와 '캐나다 유망주' 코트니 사로가 이끄는 레이스를 뒤에서 따라갔다. 하지만 세 바퀴를 남겨 놓고 시동을 걸었다. 단 한 번의 아웃코스 주행으로 1위 자리를 꿰찬 뒤 올림픽 기록까지 갈아치웠다. 최민정은 결승에서도 인코스가 아닌 아웃코스를 이용해 선두로 올라섰고,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. 최민정의 아웃코스 주행을 더 위력적으로 만드는 건 짧은 스트로크다. 쇼트트랙에선 얼음을 밀고 나가는 스트로크 동작에 따라 속도가 결정된다. 유럽 선수들보다 체격(키 1m65㎝·몸무게 53㎏)이 크지 않은 최민정은 경쟁 선수들보다 2~3번 스트로크를 빠르게 해 속도를 끌어올린다. 지난 13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대표팀은 마지막 두 바퀴까지 3위로 밀려 2위까지 가능한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. 하지만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과감하게 아웃코스 주행을 선택한 뒤 폭발적인 스트로크를 앞세워 2위로 올라섰다. 최민정은 노력형 선수다. 스스로 "훈련량이 세계 최고"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다. 그렇게 만들어진 탄탄한 하체는 아웃코스를 파고들고 스트로크를 더 빠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. '쇼트트랙 여제' 전이경은 4년 전 평창 대회를 앞두고 최민정에 대해 "인코스보다 아웃코스를 정말 잘 탄다. 미는 힘이 남다르다. 중심 이동을 비롯해 타고난 감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"이라며 "가장 중요한 건 훈련"이라고 말했다.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멘털도 강해졌다. 최민정은 평창 대회 500m 결승에서 반칙으로 실격 처리됐다. 지난해 10월에는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한 코치와 나눈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. 메시지에는 최민정을 험담하고 경기 중 고의로 충돌한 의혹까지 담겨 있어 파문이 일었다. 기대와 우려 속에 개막한 베이징 대회. 지난 7일 첫 개인 종목 출전이던 500m 준준결승전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. 하지만 '아웃파이터' 최민정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금 1개, 은 2개 등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. 두 번의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(금 2, 은 3)을 따낸 최민정은 역대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메달 공동 1위가 됐다. 그는 16일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"과거의 나를 계속 넘어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.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할 수 있었다"고 말했다. 이어 "'성적에 연연하지 말자'고 생각했는데,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 기분이 좋다.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다. 모두 많이 도와줬다"고 공을 돌렸다. 배중현 기자 bae.junghyune@joongang.co.kr 2022.02.18 06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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